“눈 앞이 캄캄하고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본 세상은 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거대한 파도가 휩쓸고 간 피피섬은 처참했습니다. 살았다는 안도감보다는 사방에 쓰러진 여행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신음하고 있는 여행객들을 닥치는 대로 보트에 태웠습니다.”
태국 푸껫 인근 피피섬에서 ‘히포다이버스사’ 등 스킨스쿠버 업체 2곳을 운영 중인 하문수 사장(48)은 29일 전화통화에서 해일이 덮친 ‘26일의 기억’을 되묻자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히포아저씨’로 불리는 하사장은 26일 오전 8시30분 푸껫에서 스킨스쿠버를 경험하고 싶은 한국인 여행객 7명을 태우고 피피섬으로 떠났다. 평소 2시간이면 도착하는 피피섬. 하지만 이날은 한국인 여행객 7명을 태운 배의 출발이 지연됐다. 여행객들의 늑장 때문이었으나 결국 이같은 게으름이 여행객은 물론 하사장의 생명을 건지게 했다.
오전 11시께 배가 도착하자 이미 섬은 아수라장이 된 이후였다. 해안에는 의식을 잃은 여행객들이 신음하고 있었다. 하사장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태워 날랐다. 파도가 만만치 않게 일었으나 그의 ‘생명 살리기’는 이튿날까지 이어졌다. 일부는 피피섬 인근에 구조나온 태국 군함으로 옮겼다.
그러나 그마저도 넘쳐나 일부는 부인 김경인씨(48)가 운영하는 푸껫 시내 식당으로 옮겼다. 그리고 이제 그는 피피섬 재건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낯선 ‘손님’들로 북적대는 한식당을 뒤로 한 채 그는 이날도 피피섬으로 출근했다. 직원 15명과 함께 시신 수습은 물론 쓰러진 주택 등을 보수하는 데 작은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운영하는 스쿠버가게 2개는 해일의 타격을 이기지 못하고 간판만 남았으나 그의 ‘일’은 이제 피피섬 재건사업이 됐다. 그래도 하사장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처음 푸껫에 왔을 때도 맨손이었는데 무슨 걱정입니까. 새로 시작하면 됩니다.”
[경향신문 2004년 12월 29일 오승주기자 fair@kyunghyang.com]
———————————————————————-
어디나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은 있는 법입니다.. ^^
참사 이후 우리나라 외교 관계자등의 행동에 눈쌀을 찌푸리게도 되지만.. 그래도 역시나 따뜻한 이야기도 있네요.
마지막 말이 인상적이네요..
“처음 푸껫에 왔을 때도 맨손이었는데 무슨 걱정입니까. 새로 시작하면 됩니다.”
어느 누구도 이 세상에 자기의 것을 가지고 나온 사람은 없는데.. 마치 처음부터 자기것인양 꾹 움켜쥐고 내어 놓지 않는 사람들에게 울리는 경종의 말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희생된 사람들의 명복을 빕니다…